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왜 자국에서 배척받고 있는 것일까요? 일부 언론에서 조작한 건지, 아니면 실제로도 그런 건지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배척받는데 한국에서는 왜 사랑받고 있으며, 국내 대표 배우 분들과는 또 어떻게 인연이 된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칸 영화제, 그리고 중개인에 얽힌 에피소드를 말이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배척 받는 이유
그건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있지만 한국과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일본인들은 치부가 드러나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자꾸 감추려고 하죠. 얼마 전, 꼬꼬무에 나온 군함도와 같은 사건들이 실제로는 정말로 많고, 지금도 그런 사실들을 감추기 위해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건 하나의 성향으로 여겨지는데요.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분위기 같은 거라고 생각되네요.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은 제대로 다루지조차 않습니다. 실제 성폭력과 같은 비인도적인 사건이 보도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며, 만약 보도가 되어서 그 사실이 해외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일본 국민들은 오히려 피해자를 욕하더군요. 나라에 누를 끼쳤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우리나라와는 참 다르죠?
자, 그럼 이쯤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분은 감독이 되기 이전, 연출가 시절부터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받는 이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어왔는데요. 한 가지만 소개해 드리자면 「그러나... 복지절차의 시대에」가 있습니다.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난치병 여성의 자살과, 복지에 진력하면서도 미나마타병 화해 소송의 국책 사이에 끼어 고통받다가 자살한 엘리트 관료를 다룬 작품인데요. 쉽게 말하면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여성을 위해 노력하던 엘리트 공무원이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자살하고 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딱 봐도 느낌이 오지 않나요?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 사회의 밑바닥을 재조명하는 작품을 1987년부터 꾸준히 제작해 왔습니다. 첫 영화 데뷔작인 환상의 빛을 시작으로 수많은 상을 받았고, 마침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의 다른 거장에 비해 평가가 박한 것은 바로 이런 작품세계 탓이었던 거죠. 일본은 자국의 치부를 감추고 싶어 하니까요.
- 최근 들어서는 이런 분위기도 바뀌는 추세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는 1990년,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까요.
특히 제71회 칸 영화제(2018)에서의 반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어느 가족」은 일본 빈곤층에 속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로 절도, 폭력, 아동 학대와 같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회 비판 영화였는데요. 이 영화는 그 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은 물론 영화 글로벌 흥행 랭킹 top 10에서 8위를 기록하는 믿을 수 없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었습니다. 나라 전체의 영광이고,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한 일이었죠.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당당히 '비애 국자'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었거든요.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우리나라는 다수의 국민들이 함께 축하해 주었고, 또 당시 대통령직에 계셨던 문 대통령께서도 축하의 말을 전해주셨지요. 그런데 그와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다룬 고레에다 감독은 자국에서의 평가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궁금했던 게, 이게 일본 전체의 반응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일부 언론사의 입장이었을 뿐이었던 걸까요?
이번에 고레에다 감독은 생애 처음으로 한국 영화를 제작했고, 영화 헤어질 결심과 함께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습니다. 결국 황금종려상은 받지 못했지만 에큐메니컬 상을 수상했으며, 배우 송강호 님은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게 최초여서 더 의미가 깊었는데요. 그럼 당시 일본 반응은 어땠을까요?
"리얼리티 면에서는 훌륭했지만 소재로는 절대 칭찬할 수 없다."
"이 사람은 관객이 아닌 영화제 심사위원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
악평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런 댓글은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대부분이 좋은 반응들이었는데 그것도 잠시 살펴보면.
"고레에다 감독 축하드려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게 있어서도 자랑스럽다."
"한국과 일본이 이렇게 협력할 수 있다니 국제 공조의 본보기와 같은 행동에 존경을 금치 못한다."
"한일 우호의 평화, 고레에다 감독의 건승을 기원."
이 외에도 배우 송강호 님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댓글들과 한국 영화 제작진들의 높은 수준에 감탄하는 말들이 다수 섞여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지난 코비드 시대가 일본을 변화시킨 걸까요? 아니면 고레에다 감독을 비애 국자로 몰아갔던 그 당시에도 이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다만 일부 언론의 목소리만 크게 조명되었을 뿐이었던 걸까요? 답은,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한국을 좋아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영화 중개인
사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사랑은 유명한 구석이 있습니다. 한국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틈틈이 챙겨볼 정도고, 문화에도 관심이 많죠. 특히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고레에다 감독은 국내에 개봉한 작품들도 굉장히 많은 편인데 그때마다 한국을 방문해 한국 문화를 즐겨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배우들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의 첫 한국 진출작인 중개인에는 국내 대표 배우들과 차세대 배우들이 두루 출연합니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주영, 그리고 이지은. 이 중 송강호 배우는 오래전부터 눈여겨보던 배우였던 터라 꼭 출연시키고 싶었고, 브로커 시나리오도 그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동원은 송강호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영화, 의형제에서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고 하고, 배두나는 애초에 영화 공기 살인으로 함께 한 이력이 있었죠. 이주영 배우는 이태원 클라쓰에서의 연기가, 그리고 아이유는 나의 아저씨에서의 연기를 보고 반해서 출연 제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뒷 이야기는 하나도 모르고서 저는 잉? 일본 감독이 뜬금없이? 이런 반응이었는데요. 사실 히로카즈 감독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거장이었고, 또한 진심으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그의 마음이 진실되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려고 했을 때 선뜻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테지요. 그러나 진심이었기에 한국의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발 벗고 나섰고, 그 결과.
- 촬영감독 : 홍경표 (기생충, 곡성, 설국열차 등)
- 미술감독 : 이목원 (신과 함께, 부산행,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 의상감독 : 최세연 (기생충, 독전, 옥자 등)
- 음악감독 : 정재일 (기생충, 옥자, 오징어 게임 등)
각 분야 정상급 스태프들이 참여해서 하나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 5일 남았나요? 정말 너무 기대돼서 두근거리고 막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지은 배우님이 맹연습을 했다던 욕하는 장면이 제일 기대가 되는데요. 끝으로 고레에다 감독의 칸 수상 소감을 전해드리면서 마칠까 합니다.
칸과의 인연과 수상 소감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 중 칸의 초청을 받은 건 총 8 작품입니다. 그중 가장 마지막이 최근 촬영한 중개인인데요. 여기서 경쟁부문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다투었고 12분 간 기립박수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지만 결국 상은받지 못했습니다. (함께 경쟁했던 헤어질 결심도 받지 못하게 된 건 조금 의아스럽긴 하지만, 원래 칸이 그런 곳이니까요.) 다만 에큐메니컬 상을 받게 되었는데 여기서 발표한 감독의 잔잔한 수상 소감을 전해드립니다.
"이 작품에 정말 어울리는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옆에서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버려진 하나의 생명이 사회라는 조금 더 큰 상자 안에서 지켜봐 지고 키워지는 그런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모 곁을 떠나 자란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어,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평소 잘 쓰지 않던 직접적인 대사를 썼습니다. 축복의 말을 듣고 조금이라도 인생에서 위를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주요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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