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애청자로서 자폐 스펙트럼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증상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우영 우의 행동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보려고 해요. 그리고 실제로 이런 자폐증을 가진 변호사가 있는지도 조사해 보았습니다. (단, 스포가 될 수도 있어요!)
- 쉽고 간단한 정의
- 우영 우가 천재인 이유
- 눈을 쳐다보지 못하는 이유
- 고래와 김밥을 좋아하는 이유
- 노크를 특이하게 하는 이유
- 공감능력에 대한 오해
- 실제로 존재하는 자폐증 변호사
자폐 스펙트럼
1. 쉽고 간단한 정의
드라마를 보셨다면 눈치채셨겠지만 우영 우와 피고인 김정훈의 자폐 증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스펙트럼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폐 증상에는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일반적인 정의를 보면 발달장애라고 해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를 일컫습니다. 다만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증상의 정도에 따라 차이를 두기도 합니다.
- 극미, 경증, 중증으로 구분해요.
1-1. 지적장애
같은 연령대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보통 10세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데 심한 경우 6세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요. 비자 폐인과 같은 지적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적장애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1-2. 자폐성 장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데 의욕이 없거나 반응이 일반적이지 않을 때, 혹은 본인 스스로가 의욕이 없는 경우입니다. 지능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없으므로 자폐성 장애로 분류하고 있지요.
1-3. 우영우와 김정훈
김정훈의 경우가 지적장애에 해당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 우에서 나온 모습을 토대로 짐작해보면 증상의 정도는 중증으로 분류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경우를 전문용어로 캐너 증후군이라고 해요.
반면 우영 우는 고기능 자폐증이라고 해서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으나 사회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입니다. 소통에 대한 의욕적인 부분은 성장해 오면서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지만 반응이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이네요. 이 부분은 아래쪽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고 있어요!
- 피고인 김정훈 : 6 ~ 10세 정도의 지적장애, 중증
- 변호사 우영우 : 자폐성 장애, 경증
2. 우영우가 천재인 이유
자폐성 장애는 지능적으로 비자 폐인과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영 우는 한 번 본 내용을 그대로 기억하는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지요. 이런 경우가 실제로도 존재하는데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추측하기로는 왼쪽 뇌가 손상을 입거나 무력화되었을 때 일시적으로 통제에서 자유로워진 오른쪽 뇌가 과도하게 발달하면서 발현되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합니다.
정식 명칭은 서번트 증후군으로, 일부 웹툰이나 판타지 영화 등의 소재로 간혹 등장하곤 했지요. 일찍이 그런 쪽으로 먼저 접했던 저는 서번트 증후군이 단순한 상상의 결과물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증상이었습니다. 일례로 스티븐 윌트셔라는 화가는 한 번 본 것만으로도 풍경의 모습을 100% 재현해 낼 수 있는 카메라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몇몇 존재하지만 중요한 건 실존하는 증상이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 우가 이런 현실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겠지요.
- 자폐성 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 중에서 서번트 증후군이 발현될 확률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약 100만 분의 1이라고 합니다.
3. 눈을 쳐다보지 못하는 이유
일반적인 뇌를 스캔하면 청각영역과 시각영역이 균등하게 발달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자폐 증상을 가지고 있는 뇌는 청각영역에 비해 시각영역이 압도적으로 크고, 예민하게 발달해 있지요. 그렇다 보니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뇌를 민감하게 자극하게 되는데,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 견딜 수 없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겁니다.
혹시 드라마 첫 화를 기억하시나요? 거기에 보면 영우가 침대에서 일어날 때 안대를 쓰고 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후 피고인 김정훈이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재판장에서 선글라스를 벗은 뒤에는 괴로움에 자꾸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그 이유가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3-1. 헤드폰을 끼고 있는 이유
재밌는 건 청각영역이 극도로 작아져서 상대적으로 둔감해져 있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김정훈과 우영우, 둘 모두 헤드폰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대처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자폐 증상이 있는 뇌는 필연적으로 정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고 이것이 쌓이게 되면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혹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헤드폰을 끼는 거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김정훈이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우영 우는 모두가 알다시피 고래 소리를 듣습니다. 이 소리가 곧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기 위한 트리거가 되는 셈이지요. 즉, 영우는 고래 소리와 함께 자신 만의 세계로 들어가 감각을 억제함으로써 일시적인 평안을 얻는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4. 고래와 김밥을 좋아하는 이유
4-1. 고래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영 우라는 캐릭터가 고래를 좋아한다는 설정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건 맞는 이야기일 겁니다. 하지만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CG까지 써가면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시키진 않겠죠? 여기에는 좀 더 깊은 이유가 있는데 바로 고래가 하는 역할에 있습니다.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터무니없이 넘쳐나는 정보를 막고 정신적인 방벽을 굳히는 거죠. 그 세계가 우영 우에게는 고래이기 때문에 그만큼 자주 등장하는 것이고 문득문득 영감이 떠오를 때도 전구 대신 고래가 나타나는 겁니다.
4-2. 김밥
드라마 속 장면들을 보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진 않습니다. 따라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눈을 통해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특성 탓에 미각 정보를 스스로 제한하기 위함이 아닌가 해요. 첫 화에서 영우가 내레이션 하는 내용을 잘 들어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김밥은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바로 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즉,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와 미각으로 느끼는 정보가 일치하는 것에서 안심을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햄을 넣었을 때, 영우가 "햄 넣었습니까?"라고 하면서 일일이 다 빼버리잖아요?
이런 행동을을 보면 햄을 싫어해서 다 빼낸 게 아니라 시각정보와 미각 정보가 맞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은 거죠.
5. 노크를 특이하게 하는 이유
이상한 변호사 우영 우의 특이한 노크 방법은 여러 번 강조되어서 나옵니다. 노크뿐만 아니라 숫자를 센 뒤 들어가는 모습도 사뭇 인상적이죠.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새롭게 받아들이게 될 정보가 감각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스스로 준비하기 위한 절차라고 합니다. 전문용어로는 자기 자극 행동이라고 해요.
다만 오해하시면 안 되는 부분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만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른 장애를 가진 아동도, 심지어는 비자 폐인들도 일상에서 자주 하는 행동입니다. 예를 들면 시험 전에 과도하게 긴장을 하거나 불안감이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앉았다 일어서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잖아요?
이런 행동 모두 자기자극행동에 속합니다. 다만 자폐증이 있는 경우 조금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 뿐인 셈이지요. 드라마에서 보면 우영 우는 엘리베이터에 미리 타 있는 사람들이 식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숫자를 세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이런 영우의 행동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지 않고서는 불안한 마음을 견딜 수 없는 우리와 비슷한 행동 패턴이라고 이해하면, 어떨까요?
6. 공감능력에 대한 오해
나이가 어린 여자아이는 부모가 아프면 강하게 동화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마치 자기도 아픈 것처럼 느끼고, 때로는 울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어렸을 때의 우영 우는 무심 그 자체입니다. 아버지가 레고 조각을 밟고 넘어져서 아픔을 호소해도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고, 이에 아버지는 서글펐으며, 그래서 외로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죠.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다르게 보이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우영 우는 다툼으로 법정을 찾아왔지만 그래도 아픈 남편을 위해 햇빛을 가려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아직 사랑하고 있음을 짐작했고, 다른 장면에서는 방구석에 박혀있는 남편의 사진을 보고 사랑하지 않음을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밥을 만드는 아버지에게 김초밥을 사다주며, 나중에 혹시라도 자신이 결혼하게 되면 부케는 아버지가 받으라며, 그래서 결혼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기도 하죠. 이런 모습들을 볼 때 공감능력은 비자 폐인과 하나도 다를 것 없으며 다만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임을 알 수 있습니다.
7. 실제로 존재하는 자폐증 변호사
지난 2019년 1월 1일, 자폐인으로서는 최초로 변호사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은 헤일리 모스, 미 플로리다 주 출생으로 1993년 7월 31일에 태어났으며, 지금은 강연 활동도 병행하면서 열심히 살고 계신 분입니다.
그녀도 우영우처럼 어릴 때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해요. 사실 이런 증상은 대부분의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증상으로, 함묵증이라고도 하는데 4살 무렵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고 14살에는 장애 스펙트럼에 관한 책을 내었으며, 이후 연설을 통해 같은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우영우의 모델이 된 사람이기도 하죠.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내용도 그렇고, 사실 이상한 변호사 우영 우는 현실 반영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짙게 베여있습니다. 무엇하나 현실적이지 않은 게 없고, 실제 일어날 법한 내용들도 구성했으며 그래서 과하지 않고 재미있죠.
지금 넷플릭스에서도 고공행진 중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우영우가 보여줄 선한 영향력을 기대하며, 좀 더 재밌게 시청하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럼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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